세계수면학회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 직전 주의 금요일을 ‘세계 수면의 날’로 정하고 있습니다. 잠은 하루 24시간 중 대략 30~40%를 차지하며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휴식 방법 중 하나인데요. 낮 동안 활발히 신진대사활동을 한 뇌가 잠을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활동이기에 잠은 인간의 몸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바쁜 현대인들은 매일 밤 푹 자기가 어렵다거나, 반대로 자도 자도 피곤한 사람들이 많은데요. 대한수면학회 회장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정유삼교수가 말하는 5가지 수면 건강 조언을 들어볼까요?
- ‘수면 위생’ 부터 점검하자
내가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었다면 우선 ‘수면 위생’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면 위생이란 양질의 수면을 목적으로 한 모든 행동과 생활 습관 등을 통칭합니다. 수면 위생을 제대로 안 지키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 쉽죠. 대표적인 수면 위생은 다음과 같습니다i.
1) 밝은 빛을 보면서 오래 깨있지 않기
2) 잠이 오지 않아도 침대에 장기간 누워 있지 말기
3) 시간을 자꾸 확인하지 않기
4) 늦은 시간에 잠들었어도 적절한 시간에 일어나기
5)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 않기
6) 자기 전 과한 수분 섭취를 삼가고 과식하지 않기
위와 같은 6가지 수면 위생만 지킨다고 해도 수면의 질이 크게 향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면의 질이 나쁘다면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수면행동장애 등의 수면 질환이 의심되므로 병원에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을 권합니다.
- 가벼운 술 한잔은 숙면에 좋다?
술을 마시고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져 본 경험 있으신가요? 하지만 음주는 깊은 잠을 방해하는 대표적 요인인데요. 술의 주요 성분인 알코올은 분해되면서 각성 작용을 일으키는데, 알데히드라는 물질이 나와 렘(REM) 수면을 억제해 잠에 들더라도 자주 깨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ii. 여기서 렘수면은 수면의 4단계 중 마지막 단계로 대부분의 꿈이 이때 일어나고 기억 기능이 강화되는 단계이지만 술을 마시면 REM 단계에 진입조차 못하게 됩니다. 또한 술을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게 되는데 신장에서 물의 재흡수를 촉진시켜 소변양을 줄이는 비소프레신의 분비를 저하시키기 때문에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어 잠을 자주 깨게 되고 결국 수면시간 자체가 줄어들게 되죠.
특히 과음은 코골이와 무호흡증을 악화시키는데요. 알코올을 섭취하면 점막이 부어서 기도가 좁아지고 상기도 근육의 힘이 약해져 무호흡 증세가 더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하루 평균 한 잔의 술을 마시면 수면무호흡 위험도는 약 25%가량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수면무호흡증은 심·뇌혈관 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수면다원검사와 치료가 필요합니다. 술 마시고 잠드는 것이 습관화되면 나중에는 술 없이는 하루도 잠들지 못하는 '알코올 의존성 수면장애'가 생길 수 있어 더욱 더 경각심을 지녀야 하는데요. 알코올 의존성 수면장애는 수면제 의존보다 훨씬 끊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수면제와 달리 술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므로 불면증이 있다고 알코올에 의존해선 안되는 것이죠
잠을 잘 자고 싶다면 오히려 술을 멀리해야 하고 다음날 피로감과 기억 기능 감퇴까지 불러올 수 있으니 숙면을 위해서는 금주할 것을 권합니다.
- 과한 운동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
혹시 밤에 과한 운동을 하고 계시진 않은가요? 바쁜 일상에 치여 운동 할 시간이 없거나 늦은 저녁 시간대 이후에 운동을 즐기고 있다면 일이나 운동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자기 전에 과한 운동을 한다면 잠을 깊이 잘 수 없고 수면 주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요iii. 일반적으로 운동은 신체의 탈수 상태를 유발하고 헬스장의 밝은 조명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생성을 차단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방출하게 만듭니다. 늦은 시간대에 운동을 하면 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몸이 흥분한 상태로 만들고 잠이 들기 어려운 신체 환경을 만들기 때문인데요. 이 모든 것은 결국 수면을 방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격렬한 운동은 신경계를 자극하고 심장 박동을 크게 높이기 때문에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수면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저녁 늦은 시간대에 운동을 해야 한다면 적어도 무리하게 달리거나, 사이클, 고중량 웨이트 등 격렬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은데요. 특히 신경계는 손과 다리, 눈 등 협응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회복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신경계가 과도하게 작동하면 몸이 휘청거리고 근육통 및 수면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죠. 또한 일부 격렬한 운동은 근육이 부서지고 찢어지게 만드는데, 이때 신체의 충분한 휴식은 근육을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따라서 잠들기 직전까지 운동을 즐기는 것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만드는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절대적으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으로 숙면하기 위해서는 최소 서너 시간 이전에 운동을 마친 후에 어느 정도 몸이 진정된 상태에서 잠을 청하면 도움이 됩니다.
- 자는 자세에 따라 달라지는 수면 효율
자는 자세는 수면의 질은 물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위를 보고 정자세로 자면 중력에 의해 혀 등이 아래로 떨어지므로, 숨 쉬는 공간이 좁아져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하는데요. 위식도 역류질환도 수면 자세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위는 몸 왼쪽에 있으므로 왼편으로 돌아누워 자면 위가 몸 아래로 내려가고 중력에 의해 위산이 아래쪽에 머무르게 돼 위식도 역류질환 증상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반면 오른쪽으로 누워 자면 위가 올라가므로 위산이 역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에 따라 자극적인 수면 자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수면 자세를 찾는다면 수면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주말에 1~2 시간 수면 보충은 보약
우리에게 적절한 수면시간은 6∼9시간 정도입니다. 수면 부족이 장기간 쌓이면 피로가 누적되고, 결국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요. 전문가들은 평일에 적정 수면 시간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주말에라도 수면을 보충하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주말 수면 보충은 질병 예방과 개선에도 도움이 됩니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연구팀이 2008∼2019년 10만1천138명의 수면 시간을 분석한 결과, 주말 수면 보충 수면을 통해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을 7시간 이상 유지할 경우 7시간 미만에 견줘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이 생길 위험이 최대 22%까지 낮아지는 효과가 관찰되었습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에 지방이 5% 넘게 쌓인 상태를 말하는데요. 음주, 약물, 간염 등의 원인이 없더라도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등으로 영양 섭취가 과도해지면 남은 영양분이 간에 중성지방으로 쌓여 발병하게됩니다. 주말에 1~2시간 수면을 보충하면 대사증후군이 45%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이는 연령대와 수면 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5천550명을 분석한 결과, 주말 1∼2시간 더 자면 우울증 위험이 50% 가까이 낮아지는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향 역시 2시간 넘게 자면 오히려 효과가 반감되었는데요. 충남대 약대,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공동 연구팀이 1만 7천66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주말 수면 보충을 한 사람에게서 체내 염증 지표인 ‘C-반응성 단백질’(CRP) 수치가 낮은 연관성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런 효과는 주중과 주말의 수면 시간 차이가 2시간 이내에서만 확인되었는데요. 주중과 주말에 잠드는 시간의 차이가 너무 불규칙하거나 주말에 3시간 이상 더 많이 자는 경우에는 오히려 높은 염증 지표와 연관성이 크게 나온 것입니다. 논문 교신저자인 충남대 약대 양보람 교수는 “주말 보충 수면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면시간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주중, 주말 간 수면 습관에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함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잠 못드는 이들이 모두 귀기울여야 할 5가지 대안을 들어보았는데요. 이제 건강을 위해서 양질의 수면이 얼마나 중요한 지, 수면을 위해선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지 확인하셨나요?
모두가 더욱 더 좋은 하루, 더 나은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다음엔 더욱 유익한 수면 건강 지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하버드대 연구진이 말하는 수면 조언이 궁금하다면?
➡️ 링크 바로가기
i.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질 높은 수면을 위한 5가지 조언, (2023), 2023
ii. 올바른 신경외과, [칼럼] 술에 취해 잠을 자는것은 숙면이 아닌 각성 작용, (2020), http://m.allbareun.com/bbs/rwdboard/25640, 2023
iii. 헬스뉴스닷컴, 자기 전에 운동하면 안되는 3가지 이유, (2021), http://www.healthy-enews.com,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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